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방안으로 추진 중인 경증상병 구분에서 당뇨병을 어떻게 분류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당뇨병의 경증질환 분류를 놓고 종합병원과 개원가, 관련 학회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향후 이를 둘러싼 갈등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복지부는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대책의 일환으로 ‘대형병원 경증 외래환자 집중화 완화’ 대책을 추진하면서, 대형병원에서 진료 필요성이 낮은 경증질환 범주를 검토 중이다.
복지부는 ‘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 ‘대상포진’ 등 65개 상병을 의견조회 항목으로 선정하고 의협·병협·개원의사회·학회·심평원 등이 참여한 ‘경증환자 약제비 본인부담률 조정 추진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경증질환 논의 대상 65개 상병 중 당뇨병은 다섯 번째(인슐린-비의존 당뇨병) 항목에 포함돼 있다.
우선 대한당뇨병학회는 경증질환 구분 논의에 당뇨병이 포함된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뇨병학회는 “당뇨병이 다빈도 질환이지만 경증질환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당뇨병은 그 질환 특성상 일차의료기관 대 종합병원의 이분법적 사고로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당뇨병학회는 최근 내과학회·병협 등에 보낸 관련 의견서를 통해 “당뇨병이 매우 흔하면서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인 만큼 비용이 적게 들고 접근성이 용이한 1차의료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체계적인 당뇨병 교육 ▲초기 적극적 합병증 검사 ▲합병증 발병 시 관련 전문의들과의 유기적 연계 등의 문제는 1차 의료기관에서는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점을 들어 각 의료기관과 시스템의 수준 및 능력에 맞춰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대학병원에 소속된 당뇨병학회 회원들의 반발도 만만찮은 실정이다.
경기도에 소재한 모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을 감기와 같은 경증으로 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최근 발표되는 연구들 결과들은 당뇨병은 처음 적극적인 관리 여부가 합병증 발병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 분류가 되더라도 당뇨병 환자들 중 다수는 전문가들의 초기 치료가 어렵도록 결정될 것 같은데, 이는 당뇨병 관리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경증질환 분류에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반면 개원가 에서는 동네의원에서의 당뇨병 관리가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이원표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뇨병이 경증질환은 아니라는 점과 전문성이 필요한 질환이라는 점은 동의한다."며 "하지만 1차 의료기관에서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지금도 당뇨병 환자의 70% 이상을 1차 의료기관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당뇨병 환자 중 상급종합병원 비중은 10%대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이 당뇨병 환자들을 당뇨병 전문의가 보는 것도 아니다"며 "신경과에서 중풍을 치료하면서 당뇨병 약을 주고, 가정의학과에서 당뇨병 환자들을 보고 있기도 하지 않은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1차 의료기관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들은 (의사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원내과의사회 이원표 회장과 당뇨병학회 박성우 이사장은 최근 만남을 갖고 당뇨병을 경증질환으로 분류하는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