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의 진단
1997년 6월에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제 57차 미국당뇨병학회에서 당뇨병 진단에 적용하는 혈당치의 기준을 낮추자는 제안이 국제전문위윈회에서 채택되었습니다. 이제까지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쓰여온 기준은 1979년 미국의 NDDG(National Diabetes Data Group)에서 개발하여 발표했고, 1980년과 1985년에 세계보건기구의 당뇨병 전문위원회에서 수정 보완하여 추천한 규정으로써,공복 혈장 포도당농도 -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맥혈을 채취하여 검사실에서 검사한 혈장농도가 140mg/dL이상이거나 포도당 75그람을 경구투여하고 2시간후의 혈장 포도당농도가 200mg/dL이상일 때 당뇨병으로 진단하고 있었습니다. 이중 공복혈장 포도당농도의 기준치를 126mg/dL로 낮추자는 것이 전문위원회 제안의 핵심내용 입니다.
1).새당뇨병 진단 배경
a. 당뇨병 발생 예방의 필요성
근대사회에 이르러 식생활 양식 및 사회환경의 변천에 따라 당뇨병의 발생빈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약 1천 6백만명의 당뇨병 환자가 있으며, 우리 나라도 150만-200만명의 당뇨병 환자가 있으리라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이 당뇨병성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삶의 질이 저하되며, 결국 주된 사망요인이 됩니다. 당뇨병성 만성합병증의 치료는 집중적인 연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효과적인 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합병증 발생의 병태생리가 다양한 요인의 복합작용이며, 이미 변성된 혈관및 신경조직을 회복시키는 것은 실제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만성합병증의 치료는 당뇨병 발생 초기에서부터 혈당을 엄격히 조절하여 합병증 진행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길입니다.
최근에는 예방개념이 더욱 확대되어, 이미 발병된 당뇨병 환자에서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보다는 당뇨병의 발병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개념에서, 각종 당뇨병 발생의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위험요소를 가진 사람에서는 당뇨병이 없더라도 다른 위험요소의 조절과 함께 자주 혈당을 검사하여 당뇨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진단 초기부터 엄격히 혈당을 조절함으로써 합병증을 예방하고 이로 인한 사망률 및 각종 유병률을 낮추고자 하는 시도가 증대되어 왔습니다.
b. 조기진단의 필요성
현재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공복혈장포도당농도 140mg/dL이상은 그 수준이 너무 높아 당뇨병의 조기진단에 문제가 있었으며, 실제로 당뇨병 전문의사들은 공복혈장포도당 농도가 140mg/dL을 넘지 않더라도 110mg/dL이상이면 경구당부하검사를 시행하여 진단을 확인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당뇨병이 없는 건강한 젊은이의 경우 공복시 정상 혈장포도당 농도는 70mg/dL수준이며, 연령에 따라 당내인성이 약화되어, 고령에 이르면 115mg/dL수준까지 점차 상승되므로, 공복혈당이 140mg/dL이상이 되면 이미 조기진단 단계를 넘어선 진행된 단계가 되는 셈입니다.
c. 공복혈당치 120mg/dL에서도 합병증 발생
공복혈장포도당농도 140mg/dL의 기준이 이미 진행된 당뇨병 단계라는 증거는 여러 역학적 및 임상연구에서 이미 밝혀져 있습니다. 공복포도당 농도가 세계보건기구 규정상 당뇨병이 아닌 115-120mg/dL수준에서 부터 당뇨병성 망막증의 빈도가 의미있게 높았으며, 당뇨병이 없는 정상인에서도 주된 관상동맥질환이나 말초동맥 질환이 공복 및 식후혈당 농도에 비례하여 빈도가 증가되는 것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d. 불필요한 당부하검사의 생략
인슐린이 거의 없거나 절대적으로 부족한 제I형 당뇨병에서는 공복혈당이 급격히 상승되므로 공복혈당 농도로 비교적 조기진단이 가능하나, 인슐린 분비결함과 인슐린 저항성이 공존하는 제2형 당뇨병에서는 발병초기까지도 어느정도 인슐린 분비가 남아있으므로 공복 혈당의 상승은 현저하지 않으며, 식후혈당이 더 민감하게 상승됩니다. 따라서 제2형 당뇨병의 조기진단을 위해서는, 의심되는 사람에서 경구당부하 검사를 시행하여 2시간 혈당치를 보는것이 더 정확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모든 당뇨병 환자에서 경구당부하검사를 시행할 수는 없으므로, 공복혈당치의 기준을 충분히 낮춤으로써 경구당부하 검사의 번거로움과 경제적 손실을 피하고 당뇨병의 조기진단을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2).새당뇨병 진단 기준
a. 명칭의 변경
이제까지 쓰여오던 인슐린의존형당뇨병, 인슐린비의존형당뇨병을 각각 1형, 2형으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인슐린의존형당뇨병과 인슐린비의존형당뇨병은 그 병인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치료측면에서 인슐린이 필요한지의 여부에 따라 분류되는데, 인슐린비의존형당뇨병의 경우 진행단계에 따라서 비약물요법, 경구혈당강하제, 인슐린이 모두 쓰이게 되며, 실제 미국의 경우, 인슐린 이용자의 76%가 인슐린비의존형당뇨병인 현실을 감안할 때 비현실적이며, 의사나 환자에게 오해의 소지를 주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숫자의 표기에서도 이제까지는 아라비아 숫자와 로마숫자가 혼용되머 왔으나, 로마숫자 II는 아리비아 숫자 11과 혼돈할 수 있으므로 아라비아 숫자 1,2로 표기하기로 하였습니다.
b. 검사와 진단의 단순화
다음 3가지 항목중 1가지가 서로 다른날에 2회 나타날 때 당뇨병으로 진단하기로 하였습니다.
8시간 이상 금식후 채혈한 공복혈장포도당 농도가 126mg/dL이상일 때
식사와 관계없이 하루중 어느 때에 채혈한 혈청 포도당 농도라도 200mg/dL 이상일 때
당부하 검사에서 2시간 포도당 농도가 200mgldL이상일 때
이제까지 통용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 규정은 의경우 140mg/dL이상이었으며, 는 동일하고 의 경우 2시간 농도가 200mg/dL이상이고 2시간내 30분 간격으로 측정한 어느하나의 농도가 200mg/dL을 넘어야 했습니다.
전문위원회는 위의 3가지 방법중 공복혈장포도당농도 기준을 제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시행하기가 쉽고 편리하며, 환자도 검사받기가 편하고, 또 경비가 싸다는 것입니다.
전문위원회는 당화혈색소(HbAlc)검사는 현재로써는 당뇨병진단에 권장할 수 없으며, 환자 스스로 손가락 끝을 찔러 혈당을 측정하는 방법도 진단방법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c. 정상과 당뇨병의 중간 단계에 대한 새로운 정의
공복혈당농도 110mg/dL까지를 정상으로 규정하였다. 정상과 당뇨병의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당대사장애를 2가지 범주로 규정하였는데, 이는 장차 당뇨병으로 진행되거나 심혈관 질환을 일르키는 위험요소로 간주하였습니다.
①공복혈당장애:공복혈장포도당 농도가 110mg/dL이상이면서 125mg/dL이하일 때
②당내인성장재:경구당부하검사결과 2시간 포도당 농도가 140mg/dL이상이면서 200mg/dL미만일 때
이미 영국당뇨병학회에서는 당대사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미국 당뇨병 학회 전문위원회와 협력하에, 당뇨병의 조기진단과 조기치료가 당뇨병을 예방하거나 발생시기를 늦출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당뇨병 예방계획이 여러 센터의 공동연구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d. 혈당검사는 누구를 대상으로 언제 시행할 것인가?
전문위원회는 45세 이상의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당뇨병진단을 위한 혈당검사를 권하고 있습니다. 결과가 만약 정상이면 매 3년마다 반복하여 검사하며, 45세 이전이라도 다음과 같은 당뇨병 발생의 위험요소가 높은 사람에서는 보다 자주 검사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비만한 사람 : 이상체중보다 20%이상 높을 때
1차 직계 가족 중에 당뇨병 환자가 있을 때.
당뇨병 발생빈도가 높은 인종
4kg이상 체중의 분만경력이 있거나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 받은 적이 있는 사람
140/90mmHg이상의 고혈압 환자
HDL-cholesterol 35mg/dL이하, 또는 중성지방 250mg/dL이상인 사람
공복혈당장애 또는 당내인성장애로 진단받은 적이 있는 사람
e. 임신부를 위한 특별 권고
이제까지는 모든 임산부에게 임신 24--28주 사이에 당뇨병 선별검사를 권장해 왔으나, 모든 환자에게 선별검사를 할 필요는 없으며, 당뇨병에 대한 위험도가 낮은 사람은 제외하도록 결정하였습니다. 즉, 연령이 25세 미만이고, 정상 체중이면서 당뇨병의 가족력이 없고, 당뇨병이 잘 발생하는 인종이 아닌 경우에는 선별검사가 필요없다는 것입니다. 선별검사는 포도당 50그람을 경구투여하고 1시간후 혈장포도당 농도가 140mg/dL을 넘으면 양성으로 판정합니다.
선별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100그람 포도당부하 후 1시간 간격으로 3시간까지 채혈하여 2개 이상 기준치를 상회하면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하게 됩니다.
3)새당뇨병 진단 의미
새로운 권구기준의 의미는 한마디로 당뇨병을 조기에 진단하여 당뇨병성 합병증내지는 당뇨병 자체를 예방해 보자는 데에 있습니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세계보건기구 진단기준의 공복혈당 140mg/dL은 너무 높으며, 제2형 당뇨병의 경우 당뇨병 발생 후 평균 7년이 경과되어야 공복혈장포도당농도가 140mg/dL에 이르며, 이 기간 동안에도 이미 당뇨병성 미세혈관 병변이 증명되고, 심혈관질환의 발생빈도도 증가되는 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반면에 당부하검사 2시간 혈당치 200mg/dL은 공복혈당과 관계없이 당뇨병성 미세혈관 합병증의 발생과 상관관계가 있으며, 시행상 번거로움과 환자의 고통을 제외하면 여전히 가장 좋은 조기진단 방법입니다. 실제 보고에 의하면 공복혈당 140m외dL이상인 사람은 거의 모두 당부하검사 2시간 혈당치가 200mg/dL을 넘으나, 2시간 혈당치가 200mg/dL인 사람이 단지 1/4에서 공복혈당치가 I40mg/dL을 넘는다. 이처럼 공복혈당과 2시간 혈당사이의 불일치 모순을 극복하고, 보다 간편하고 편안한. 그리고 정확한 조기진단을 위해서는 공복혈당의 진단기준을 낮추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입니다.
현재 미국에는 1,600만명의 당뇨병 환자가 있으리라 추정되고 있는데, 세계보건기구 진단기준으로는 800만명 밖에 진단되고 있지 않으며, 새 권고기준을 적용할 경우 200만명의 추가 환자를 진단할 수 있으리라고 합니다. 우러 나라의 경우도 새 기준을 적용하면 당뇨병 인구가 20--25%더 증가 될 것으로 추정 됩니다.
이처럼 조기진단으로 증가된 당뇨병 환자는 자각증상도 없고 일상생활에 제한도 없는데 조기진단에 소요되는 경비와 치료비, 특히 의로,보험의 재정압박을 초래할 수 있지 앓느냐는 부정적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잘못된 생각 입니다. 제2형 당뇨병의 경우 10--20%는 식사조절과 운동으로 치료될 수 있고, 30--40%의 경우 혈당강하제로, 다른 30~40%는 인슐린주사나 인슐린과 경구제제의 병합요법으로 치료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기진단은 필요 없는 약물치료를 배제하고 식사조절과 운동요법만으로 당뇨병을 치료하고 합병증으로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으므로, 거시적으로는 전체치료비를 오히려 줄일 수 있으며. 당뇨병으로 인한 유병률이나 사망률을 저하시키게 될 것입니다.
이번에 제안된 새로운 진단기준과 분류 등은 절대적인 것일 수는 없으며, 의학의 발달과 연구결과가 축적되면 언젠가는 더 엄격한 진단기준과 새로운 분류가 또 새로이 제안되게 될 것입니다.
4) 새당뇨병 진단 전망
금번에 제안된 미국당뇨병학회 전문위원회의 제안은 과거 18년 동안 적용되어오던 세계보건기구의 당뇨병 진단규정 및 분류 등을 그동안 축적된 임상경험과 연구자료를 토대로, 보다 정확하고 실용적인 것으로 대치하자는 미국 당뇨병협회의 제안으로써 그 필요성이 당뇨병 전문의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 규정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려면 유럽당뇨병학회와 세계보건기구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유럽학회에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이미 영국에서는 이 새 제안규정을 인정하고 있으며, 미국과 공동으로, 새 진단기준이 합병증 예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동연구에 들어갔습니다. 유럽학회도 충분한 검토를 거쳐서 곧 인정하게 될 것이며, 세계보건기구도 곧 승인하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 나라도 세계보건기구의 승인이 나는대로 새 기준을 적용하려는 것이 대한당뇨병학회의 기본입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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