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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의 유혹
-2006년 1월 8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주치의는 매번 볼 때마다 술과 담배는 물론 커피 같은 다당류도 가급적 마시지 말라고 한다. 마시더라도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블랙으로만 마시라고 한다. 한번 인이 박히면 그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는 것들, 담배가 그렇고 술이 그렇다. 담배는 처음부터 맛을 들이지 않았고 술도 친구들과 비교하면 거의 마시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4년 전 처음 당뇨 판정을 받고 담배와 술을 끊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땐 별로 놀라거나 절망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커피는 사정이 달랐다. 커피는 나의 유일한 기호식품이기 때문이었다. 십년을 넘도록 마셔온 달짝지근한 자판기 커피의 맛에 길들여진 내가 마치 썩은 무를 베듯이 하루아침에 그 유혹을 뿌리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블랙으로 바꾸려고 했지만 쓰디쓴 블랙은 도저히 내키지 않는다.
일주일이 넘도록 카페인 투여가 중단된 몸은 언제부턴가 전신이 부르르 떨리며 간지럽기도 하고 저릿저릿 하기도 하다. 책을 보고 있지만 생각은 시도 때도 없이 대중목욕탕의 대형 수조만한 종이컵에 빠져 허우적대는 환영에 사로잡힌다.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자 동전이 만져진다. 커피 한잔의 유혹은 다시 시작된다. 170, 120, 240. 성난 물결처럼 요동치는 혈당 수치를 생각하면 참을 수 없는 커피 한잔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쳐야 한다. 하지만 오늘은 이겨낼 자신이 없다. 절그럭, 절그럭, 투입구로 빨려 들어가는 백 원짜리 동전의 둔탁한 소리들, 혀 밑으로 감겨드는 달큰한 진갈색 커피물이 쿨럭 거리며 목울대를 넘어가는 순간, 그 느낌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다. 카페인이 스며든 나의 온몸은 다시 한 번 부르르 떨린다. 그리곤 또 후회가 밀려온다. 모두들 식이요법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하지만 생존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어야만 하는 생물학적 존재가 생존하기 위해서 먹을 것을 통제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는 절망스럽고 역겹다. 집으로 가는 길 , 조금 빨리 그리고 조금 더 오래 걷는 것으로 오늘 나의 실패를 만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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