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등 노년층의 시력을 위협하는 안과 질환이 크게 늘고 있다. 노년층의 삶에서 빛을 빼앗아가는 3대 실명 질환은 2000년대 이후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질환들은 한번 걸리면 100% 완치하거나 눈의 기능을 발병 이전 상태로 돌리는 치료법이 없다.
▲ 당뇨망막병증: 항체주사와 레이저 치료 병행
원인= 우리나라 실명 원인 1위이다. 당뇨병 환자의 망막 미세혈관은 혈당이 높아서 끈적끈적해진 피 때문에 막히고 터지고 아무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망막에 흉터가 생겨서 실명에 이르게 된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환자에게 100% 발병한다. 당뇨병 환자의 실명률은 일반인보다 25배 높은데, 원인이 당뇨망막병증 때문이다.
증상= 병이 상당히 진행할 때까지 시력저하 등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간혹 망막 혈관에 소량의 출혈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에는 눈 앞에 검은 점이나 날파리 같은 것이 어른거리는 비문증이 나타날 수 있다. 시력이 떨어지거나 초점이 잘 안맞아 뿌옇게 보이거나 눈부심 증상이 나타날 정도면 이미 병이 중증으로 진전된 상태이다.
치료= 발병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고 혈당 관리를 철저히 하면 85% 이상의 환자는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 망막에 생긴 비정상적인 혈관을 태우는 레이저 치료(망막 광응고술)를 초기부터 받으면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병의 진행이 빨라 시력저하가 생기거나, 레이저 치료로 좋아지지 않으면 외과적 수술(유리체 절제술)을 한다. 망막에 손상을 주는 조직을 제거하고 유리체 속의 이물질을 제거해 시력 향상을 유도한다. 최근에는 비정상적인 혈관을 만드는 혈관생성인자(VEGF)를 제거하는 항체 성분을 눈 안에 주사하는 항체주사 치료를 시도한다. 레이저 치료와 항체주사 치료를 병행하면 단독 치료보다 효과가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3대 실명질환은 일단 발병하면 완치가 불가능하다. 실명 질환을 예방하려면 당뇨병 고혈압 등 원인질환 관리를 철저히 하고 40세 이상은 1년에 한 번씩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 황반변성: 한 쪽에 시작됐을 때 빨리 치료해야
원인= 황반은 망막 중심부에 있으며, 사람의 시력 중 90%를 담당하는 중요한 부위이다. 황반의 기능이 떨어져 시력을 잃는 질환이 황반변성이다. 나이가 들면 황반의 세포와 혈관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망막에서 나오는 노폐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망막 아래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시야를 가리게 돼 시력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흡연은 황반변성 위험을 2~5배 높인다.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고지방식 등도 원인이다.
증상= 사물의 중심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직선이 구불구불하게 보이거나 물체가 비틀어져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군데군데 암점(暗點)이 생기고 중심 시야가 까맣게 변한다. 돋보기나 안경을 써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 황반변성은 한쪽 눈에 있으면 50% 정도가 반대쪽 눈에도 생긴다. 한쪽 눈에만 있을 때 다른 쪽 눈의 변화를 조기에 발견하면 고단위 비타민C 등 항산화 영양소를 공급해 그쪽 눈의 황반변성은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치료= 발병 항체주사로 치료한다. 주사기 바늘로 눈을 찔러 항체물질을 주입하는 방법으로, 황반을 가리고 있는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을 제거해주며 시력개선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항체주사는 전체 환자의 20~30%에게는 큰 효과가 없다. 최근에는 이런 환자들에게 항체주사와 광역학 요법을 조합하는 치료를 하고 있다. 광역학 요법은 빛에 의해 활성화되는 특수 약물을 정맥을 통해 주사하고 약물이 망막에 도착할 때까지 2~3분 쯤 기다렸다가 망막 아래 생긴 신생혈관에 레이저를 쏘아 태우는 방법이다. 한국인에게 효과가 좋은 편이다.
▲ 녹내장: 안압 높지 않아도 고도근시 있으면 유발
원인= 녹내장은 안구 내부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거나 시신경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안 돼 시신경이 파괴되는 질병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으면 눈 부분의 혈관이 막혀 녹내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고도 근시도 녹내장 발병률을 3배 정도 높인다. 안구는 축구공 모양인데 고도 근시가 있으면 럭비공 모양처럼 길어진다. 이렇게 되면 안구 끝에 위치한 시신경이 눌려서 쉽게 손상을 받는다.
증상= 녹내장이 발병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어두운 곳에서는 잘 안보이게 된다. 존재하지 않던 물체가 눈 앞에 튀어나오는 것 같은 경험도 흔하게 한다. 이런 증상을 한 번이라도 경험했으면 중등도(中等度) 이상의 녹내장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정밀진단을 받아야 한다. 드물지만 급성 녹내장이 발병하면 갑자기 두통, 안통 및 구토를 호소하며, 밝은 전구를 보았을 때 주변에 무지개 같은 것이 보일 수 있다.
치료= 발병 환자의 90%는 안압을 낮추는 약물을 사용한다. 그러나 약물마다 안압 강하 효과가 20~40% 밖에 안되기 때문에, 한 가지 약물로 불충분하면 다른 약물을 혼합 투여한다. 안약을 여러 번 투여하면 환자들이 지침을 따르기 어려워 해 최근에는 여러 약물을 복합시켜 놓은 약물이 나와 하루에 한 번 정도로 점안 횟수를 줄였다. 안약으로 치료되지 않는 환자는 안구 내 방수를 외부로 유출시켜 안압을 낮추는 수술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