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개 술은 당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에게 해롭지만 담배는 직접적으로 당 수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오해로 술은 피하면서도 담배는 끊을 생각조차 안 하는 당뇨병 환자들이 상당수 있다. 그러나 담배는 술보다 몇 배나 더 해롭다. 왜 그런지 따져보기로 하자.
한 가지 중요한 핵심부터 지적하면 흡연자와 비흡연자는 혈당 수치에서 20~30 정도 차이를 보인다. 말할 것도 없이 흡연자가 더 높다. 그 원리는 이렇다. 흡연을 하면 우리 몸의 교감신경이 흥분되고 교감신경이 흥분되면 아드레날린이 증가한다. 아드레날린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 작용을 억제한다. 또한 흡연은 이자에서 분비되는 글루카곤을 증가시킨다. 글루카곤 역시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이다. 결국 흡연은 멀쩡한 사람도 당뇨병 환자로 만드는 악역을 한다. 그래서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당뇨병 발병 비율이 열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담배의 해악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흡연은 혈관을 딱딱하게 만들어 심근경색이나 중풍 등 치명적인 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 이밖에도 눈 망막의 모세혈관을 막히게 만들어 시신경 세포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로 인해 시력저하, 망막염, 백내장 등 눈 합병증이 나타난다. 남자의 경우 혈관 손상이 생식기관에서 일어나면 발기부전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면 술은 어떨까. 술 역시 당뇨병 환자에게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도를 넘게 술을 마신다면 그 해악은 담배 못지않다.
‘담배가 더 해롭다’는 말은 술의 경우 종류에 따라 적당량을 마시면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한 역설적 표현일 뿐이다. 실제로 적당량의 적포도주는 심장병의 위험을 줄여주는 효과를 낸다. 다른 술의 경우도 소량을 음미하는 정도라면 큰 해악은 없다.
문제는 상습적 음주와 과음이다. 과음이 초래하는 후유증은 심각하다. 우선 알코올이 과도하게 간에 유입되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인슐린 호르몬의 작용이 억제된다. 그러니 당연히 혈당 수치가 올라간다. 흡수된 뒤 직접 혈당으로 변한다는 게 아니라 서서히 혈당 상승의 조건을 형성한다는 뜻이다. 그 결과 대개 음주 당일은 혈당 변화가 없다가 다음 날부터 사나흘 간 혈당이 상승하게 된다.
반대로 술은 당뇨병 환자를 일순간 저혈당에 의한 혼수상태에 빠뜨리기도 한다. 이는 알코올이 당 생성작용을 억제함으로써 생기는 단기적 현상이다. 그러므로 인슐린이나 경구 혈당강하제를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음주를 삼가야 한다. 과음으로 간이 손상된 경우라면 포도당을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하거나 필요시 포도당을 만드는 기능이 약화돼 저혈당 위험성이 배가된다. 또한 안주 없이 술만 마실 때 순간적 저혈당 현상은 더 심해진다.
더구나 알코올은 중추신경을 마비시킴으로써 저혈당 상태를 자각하는 기능을 억제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저혈당으로 인해 치명적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또 하나 술은 당뇨병의 적인 비만을 부른다. 술이 영양소는 없지만 많은 칼로리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술에 곁들여지기 쉬운 기름진 안주도 비만을 부추긴다. ‘맥주는 안 되지만 소주는 괜찮다’는 속설과 달리 술은 어떤 종류든 많은 양의 칼로리를 함유해 당뇨병 환자에게 해롭다.
이처럼 술은 단기적으로 저혈당 상태를, 장기적으로 고혈당 상태를 초래함은 물론 비만까지 유발한다. 술은 담배와 함께 이래저래 당뇨병 환자에게 독약일 수밖에 없다.
출처 : 한의학 박사 김양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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