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유전율이 매우 높은 질환이다. 환경적인 요인보다는 타고 나는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부모가 당뇨병이 있으면 자녀는 일찍 당뇨병에 걸린다.
한쪽 부모가 당뇨병일 때 그 자녀는 최고 30%, 부모가 모두 당뇨면 최고 50%에 이를 정도다. 타고 나는 질환이란 다시 말해 당뇨병을 유발시키는 특정 유전자가 있다는 뜻이다. 의학계에서도 이런 점에 착안해 유전자 치료를 위한 연구가 적극 진행되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기술이 급발전하면서 18개 당뇨병 관련 유전자가 밝혀졌다.
유전자 발견은 맞춤의학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유전자에 따른 '약물 맞춤치료'가 대표적이다.
다시 말해 A라는 유전자의 고위험성을 갖고 있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가'라는 약물은 효과가 없고 '나'라는 약물로 혈당이 효과적으로 조절된다는 점을 미리 알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당뇨병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당뇨병 자체를 퇴치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당뇨병 유전자 발견은 얼마나 진척된 것일까.
아쉽게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18개 유전자가 밝혀지긴 했지만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그나마도 모두 인슐린 분비에만 연관된 것이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는 물론 작용ㆍ전달체계 이상 등 발병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첫 단추를 끼우긴 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희망은 충분하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20년 전부터 연구를 계속해 오면서 일종의 '당뇨병 유전자 지도 윤곽'을 만들었기 때문에 연구 속도가 급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유전자 분석기계가 발달하고 이에 따라 비용도 많이 저렴해져 연구환경이 훨씬 좋아졌다. 한국과 같은 후발주자들도 연구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연구진도 당뇨병 유전자 연구에 돌입해 있는데 2단계(전체 4단계)까지는 통과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당뇨병 유전인자=예측인자의 보조적 파워' 정도로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유전자가 있으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긴 하지만 유전자 자체가 당뇨병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유전 탓을 하지 말고 환경적인 요인을 개선하는 데 치료의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당뇨병 위험인자의 최고봉은 역시 비만과 운동 부족. 체중 조절과 식사ㆍ운동에 관련된 생활 습관을 교정해 위험요인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는 경우 당뇨병도 함께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평소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